- 아버지의 인생 -
우리 아버지는 생선장사다.
40년을 한결같이 새벽이면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의 한쪽 눈이
겨울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감겨버렸다.
숨골부위 뇌경색이란 병명과 함께…….
절대 떠지지 않는 한쪽 눈을 보면서
나는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했다.
가족이 보였다.
저 감긴 눈 위에 내가 앉아 있지는 않은가.
우리 가족이 아버지의 삶을 눌러서
힘드신 아버지의 한쪽 눈이 감긴 것은 아닌가.
나의 성한 두 눈에서는
한동안 눈물이 계속 나왔었다.
그 눈물을 집사람과 아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몰래 울어야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몰래 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안경을 쓰셨다.
그 모습이 낯설다. 낯설어서 안쓰럽다.
아버지가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풀리지 않는 일에 힘겨워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조금씩 느껴지는 삶의 무게에
어깨가 아플 때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생각났다.
물론 사는 동안 가족들 때문에
특히 누나와 나, 자식들 때문에
잔잔한 즐거움과 감동도 많으셨겠지만
걱정과 한숨 속에 외로운 투쟁을
하셨을 지도 모르는 나의 아버지.
지금까지 살면서 가족 앞에서
힘들다는 이야기 한번 안하신 아버지를
그저 자식들은 참 강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내색하지 않으시는 그 깊은 뜻을
우리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 듯하다.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멋진 삶을 살았고 만족하며 행복하다.”
아버지의 삶이 어떠했다는 평가를
자식들이 내릴 수는 없다.
그저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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