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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쾌거70주년,마라톤 재도약 시동

慈馨 아찌 2006. 8. 7. 22:34
손기정 쾌거 70주년’ 마라톤 재도약 시동

1936년 8월9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

70년 전 그 해 뜨거웠던 여름 역사의 현장에 24세 조선 남아 손기정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다.

지난 달 10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2006 독일월드컵축구 결승이 열렸던 바로 그 현장이다.

비스마르크 언덕을 넘어 앞서 달리던 후안 카를로스 자발라(아르헨티나)를 따라잡고 선두로 나선 손기정의 심장은 한층 더 벅차게 뛰고 있었다. 비록 가슴엔 일장기를 달았지만 일제 치하의 설움을 씻고 민족의 쾌거를 이룩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타계한 고(故) 손기정 선생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 쾌거가 9일로 벌써 70주년을 맞는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도 4년이 흘렀지만 쾌거 70주년을 맞는 육상계와 기념재단의 표정은 어둡다.

손 선생의 쾌거 이후 56년 만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6.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영광을 이었지만 최근 몇 년 한국 마라톤의 침체는 1970-1980년대 암흑기를 방불케 할 만큼 참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자동차판매가 마라톤 팀을 창단하는 등 저변을 넓히고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포스트 황영조ㆍ이봉주' 시대의 후계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육상계는 "손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혼연일체의 노력으로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 마라톤이 기나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중흥의 계기를 마련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손기정기념재단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손 선생의 쾌거를 기리는 행사를 기획해 젊은 세대들에게 생전 선생의 민족혼과 정신력을 전파하기로 했다.

손기정기념재단과 2006 베를린 기념사업회는 서울시,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적십자사의 후원으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손기정 동상 제막식과 기념 회고전을 연다.

동상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질주해 세계의 건각들을 모두 물리치고 힘차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역사적 순간을 역동적으로 재현했다. 일장기가 달렸던 가슴에는 태극기를 새겨넣었다.

청동 재질의 동상은 단(30㎝)을 포함해 250㎝ 높이로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인 서양화가 강형구(52) 중앙대 교수와 조각가 박철찬(41)씨가 제작했다. 동상이 영구적으로 서있게 될 곳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으로 서울시가 조성 중인 올림픽 스타의 길 시작 부분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손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서울과 베를린에서 동시에 동상을 제막하려 했지만 예산이 여의치 않아 베를린 행사는 연기됐다. 올해 안에 독일에서도 동상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념 회고전은 상록수 작가 심훈 선생이 올림픽 마라톤 제패의 감격을 표현한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비롯해 우승 당일과 생전 손 선생의 사진자료 40여점이 전시된다.